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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때 마다 구원등판 CCTV는 만병통치약?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로 본 실태
민간포함 전국 400만대 홍수…범죄율 감소등 실효성 논란속
인권·사생활침해 역효과우려…구성원간 신뢰회복이 우선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 통과로 잇단 아동학대 소식에 가슴 졸여온 학부모들은 한시름 놓게 됐다. 하지만 ‘감시사회’의 만병통치약이 된 CCTV 설치가 도로와 주택가 골목, 학교와 직장 건물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개인 인권과 사생활 침해 논란은 더욱 거세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적절한 CCTV 활용을 위해 사회적 공감대가 먼저 형성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 ‘사고’ 터질때마다 구원등판하는 CCTV …실효성은?=CCTV 설치 확대를 둘러싼 우리 사회 논란은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돼 왔다. CCTV 활용을 통해 만병통치약처럼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이다.

비단 어린이집 사태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국내 모 성형외과에서 환자를 앞에 둔 간호조무사가 수술실에 음식물을 반입하고 기념 촬영을 한 것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라”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정치권은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가짜 음식 재료’ 파동이 일어났을 때는 식당 조리실 내부에 이를 설치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기도 했다.

문제는 부작용 등 충분한 검토없이 여론을 중심으로 CCTV 설치 여부가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다.

CCTV 역사가 오래된 유럽에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영국 캠브리지대학에 따르면 범죄예방을 위한 예산의 78%가 CCTV 설치와 운영에 분배됐을 경우, 범죄율 감소 효과는 3% 정도에 그쳤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아일랜드 코크대학의 피오나 돈슨 박사 역시 “CCTV가 자동차 관련 범죄를 감소시키는데 가장 효율적이지만 다른 분야의 경우 인력지원 등 지속적인 관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큰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고 지적한 바 있다.

▶ CCTV 과잉의 시대, 인권 보호는 사각지대=CCTV 설치 확대로 개인의 인권 침해 논란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대인들은 ‘CCTV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5일 e-나라지표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정부 공공기관의 CCTV 설치수는 약 56만5000대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8년 15만여대에 비해 5년만에 4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민간CCTV와 다양한 영상기기까지 포함하면 전국에 400만대가 넘는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서울에서 개인의 하루 CCTV 노출 횟수가 많게는 150회까지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이렇게 개인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이 해마다 높아지는데도 이를 구제할 수 있는 법률은 한정돼 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공개된 장소에서의 CCTV 설치ㆍ운영에 대해서만 규제한다.

여기서 공개된 장소란 도로, 지하철, 주차장 등 불특정 다수가 접근하거나 통행하는데 제한을 받지 않는 장소를 일컫는다.

목욕탕, 화장실, 탈의실 등 개인 사생활을 현저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는 곳은 설치 자체가 금지된다.

반면 회사 사무실이나 개인 사유지 등에서의 과도한 CCTV에 대해서는 규제 방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출입이 통제되거나 직원 등 특정인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은 공개된 장소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은 CCTV로 인해 인권침해를 느껴도 하소연할 데가 없는 것이다.

▶ “무분별한 설치보다 사회 구성원 간 신뢰 회복 필요”= 때문에 사적 영역이라도 무분별한 CCTV로 인한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손주연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사적인 장소에 설치돼 운영 중인 경우까지 엄격한 제한을 가하는 경우 사적 영역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다만 현행법처럼 (사적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의 촬영을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허용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최소한의 법적 규율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회구성원 간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 유아교육 전문가는 “보육이나 교육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며 “CCTV를 들여다보지 않더라도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자주 소통하고 신뢰를 쌓는 게 우선”이라고 꼬집었다.

양대근 기자/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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